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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 이상한 여자

게시일
2024/09/03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침실이 나타났을 때, 난 겁에 질려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한때 순백색이었을 면사포는 방금 피를 뒤집어쓰기라도 한 듯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얼어붇은 내게 안심하라는 듯 여자는 나의 이마를 쓰담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이상하게도 공포를 잊고 그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여자는 매일 밤 나타났고, 나를 해칠 생각이 없어보이는 그녀를 나는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어느날 엄마와 아침을 먹으며 여자에 대해 말을 꺼냈다.
"여자? 어떻게 생겼는데?"
엄마가 짖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피투성이 면사포를 뒤집어썼어요."
순식간에 엄마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날 밤도 나는 여자를 기다렸다.
곧 여자가 나타났지만,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문쪽을 가리키더니 문을 통과해 복도로 사라졌다.
여자는 지하 창고에서 잡동사니들을 덮어 둔 파란 시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먼지쌓인 시트 아래 잡동사니들 사이에 나무 상자가 하나 있었다.
나는 상자를 열었다.
아기 장난감 몇개 그리고 신문이 한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고개를 들자 여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손에 든 신문을 펼쳤고 1면을 읽으며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결혼식의 비극! 신원 미상의 여성이 신부를 총으로 살해하고 3개월 된 아들을 납치했다. 경찰을 아이의 행방에 대한 정보가 있는 사람은 긴급히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