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중학생일 때 겪은 가위임
나는 이때까지 살면서 가위만 40번 넘게 걸렸을 정도로 기가 좀 약한? 사람인데, 이 가위는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불쾌하고 같다 못해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디테일한 가위였음
내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집은 장사를 했었는데
13년도부터 왠지 모르게 옆에 있던 공장들이 줄줄이 문 닫고 우리 가게에 오던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분들이 전부 사라져 졸지에 우린 가게 유지비도 못낼 정도로 가정형편이 난리남.
부모님은 평소에도 와인이나 소주 마시는 걸 좋아하셨는데(과음은 아니지만) 이게 기폭제가 되서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
결국 싸움이 번지고 번지다가 식칼을 휘두른다던지, 손찌검을 한다던지, 싸우다가 경찰이 방검복 입고 들어와서 몸으로 제압해서 그제서야 진정하실 정도로, 어린 내가 충격먹고 스스로 상처를 낼 정도로 크게 싸우심.
그렇게 2년 즈음 지나, 15년도 9월달이었음 울면서 잠에 들었던 나는 집 전체가 떠나갈 정도로 쩌렁쩌렁하게 들리는 울부짖는 소리에 기겁하며 잠에서 깸.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였음.
내 방 구조는 거실이 보였는데, 어머니가 울부짖으면서 거실로 나와 곧장 베란다로 향했음.
나는 처절하게 베란다로 뛰어가는 어머니를 부르짖고 잡으려 했지만 목소리를 내지도, 손가락을 움직이지도, 단 한발자국이라도 떼지 못했음.
그렇게 어머니는 아파트 10층에서, 내가 보는 앞에서 투신하셨다.
곧이어 아버지가 나오시며, “이 ㅇㅇ년 드디어 갔네. 니 어미나 따라가라!!! ㅇㅇ년!!!”이러며 따라 나오셨고, 그와 동시에 아파트 전체에 퍽!!!!하는 소리가 울려퍼졌음.
장사를 시작하기 전 만들었던 추억들, 같이 손잡고 이마트에 갔던 기억, 퇴근하신 아버지 손에 들려있던 나를 위한 생일 선물, 어머니가 해주시던 집밥 냄새 등 수많은 기억들이 이 둔탁한 소리에 모조리 산산조각남.
아버지는 나를 응시하시더니,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셨음. 사람하나 죽일듯한, 살면서 한번도 못 본 눈동자로.
그 때, 우리 집 도어락이 천천히 삑삑거리더니, 문이 열렸음. 문 앞에는 온 몸이 으스러져 피칠갑인 어머니가 서 계셨다. 꺼걱거리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가시더니, 형체도 제대로 안보이는 너덜너덜한 손으로 아버지를 툭 툭 툭 툭 치셨음. 단지 그뿐이었다.
하염없이 툭 툭 치는 것만 반복하시던 어머니의 형체는 얼마 뒤 다시 베란다로 뛰어내리셨음.
퍼억!
그리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올라오셨다.
어머니의 연약한 몸은 더 이상 알아보기 힘들었다.
무서운 감정마저도 사라진 그때, 어머니는 다시 베란다로 떨어지셨다.
퍼억!
그리고 다시 올라오셨다. 다시 떨어지셨다.
콰직!
또 다시 올라오셨다. 또 다시 떨어졌다.
우직!
또 다시, 또 다시.
퍽!
철퍽!
어머니는 떨어진 때 뼈가 부서지는 둔탁한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때 까지 반복해서 떨어지셨다. 더 이상 어머니라고 부를 수 없을 때까지.
그저 그 짓을 반복하시다가, 현실에 계신 진짜 우리 어머니가 식은땀을 흘리며 꺽꺽 오열하는 나를 놀라 깨우실 때에 비로소 그 개같은 가위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다행이다. 그로부터 1년 뒤에 우리 가게 부근에 다시 큰 공장이 들어와 가정형편과 분위기는 기적적으로 회복됐고, 지금은 상처는 남았지만 그래도 다시 꽤나 화목하게 사는 가정이 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