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항 1사단 포병출신인데, 진짜 살면서 귀신같은거 본적도 없었고, 그래서 믿은적도 없었다.
추계체육대회 준비하는 기간이었으니까 15년도 이맘때쯤이었을꺼임.
이제 생활반장달고 좀 지나서, 야간근무표에서 내이름이 선임근무자 맨위쪽으로 넘어갔던때 근무였었고
맨날 후임근무자 근무서면서 있는 후까시 없는 후까시 다 들어먹고 존나 뚜드려맞는 시절이 행복했었다고 이빨털던때였음 ㅋㅋ
일단 대충 각설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그때 기억으론 0-2(00시~02시) 에 이제 포를 주차시켜 놓는 주포장 근무였었는데 이제 막 전입은지 얼마 안됬던 생활반후임이 내 후임근무자였다.
요즘같이 일교차가 크면 포항에선 해무가 자주끼는데 이게 되게 짙게 끼면 가끔씩 바로옆 해안에서 사단 전체로 깔리는때가 있었다.
바닥으로 안개가 쫙 깔리면 이게 보통 안개가아니라 사람크기만큼 알알이 뭉쳐져서 희무끄레한게 수백개가 몰려오는것처럼 보일때가 있어서 종종 처음보는 놈들은 가끔씩 오인보고하고 그러기도 한다.
그날도 하필 해무가 짙게 껴가지고, 당직들 순찰오는거하고 안개하고 헷갈려서 맘먹고 가져온 담배도 못피고 칼로리바란스도 못쳐먹고 후임이랑 소근소근 입이나 털고 있을때였음,
후임새끼가 갑자기 내뒤 주포쪽으로 암구어 날리고 파지를 하길래 나도 깜짝놀라서 그쪽으로 돌아보고 조준을 했다. 근데 한참지나도 아무런 대답도 없고 앞에 자세히보니까 아무것도 없는거 같아서 해무를 잘못본게 아닌가하고 후임한테 얘기하려는 찰나에 3포(각 중대에는 1~6포까지 있음) 에서 망치로 뭔가 존나세게 그것도 존나 빠르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뭐야' 하고 나하고 후임하고 잽싸게 튀어서 삼포쪽으로 갔는데 가까이가니까 소리가 사라진거야 갑자기. 당직간부가와서 장난치는건가 하고서 주변을 샅샅히 뒤져봤는데, 암것도 없더라...
곰곰히 생각해보니 누가와서 장난치기에는 너무 늦은시간이었고 주포장에는 사람이 있을리 만무했다.
안그래도 사단내에서 그때 보병빤쓰가 자살하는 사건이있었는데 사단곳곳에서 그 새끼 귀신을 봤더라하는 소문이 흉흉해서 후임새끼가 저거 칠연대 귀신아니냐 하고 부들부들 떨더라, 근데 이 분위기에 덩달아 나도 무서워져서 능청스럽게 연기하면서 뭔 말도안되는 소리야 하고 후임새끼 하이바를 톡톡 두드리는 순간 이새끼가 갑자기 고개를 존나게 좌우로 흔드는거야, 이게 근데 흔드는게 아니었다.
막 경기?를 일으키는것처럼 흔들길래 뭐야하고 뒤를 돌아봤더니 씨발, 3포 선탑 자리 위에서 어떤 빨간색군복 입은새끼가
(번호 순서대로 완수신호를 존나 빠르게 하고있었다...)
진짜 인생 최대의 공포였다.....사람의 속도가 아니라 거의 뭐 춤추는 것보다 더빠르게 완수신호를 하면서 고개만 돌려서 나를 보더라
하이바 쓴놈이 얼굴은 빨갛게 빛나는데 눈밑이 까매서 자세히 보진 못하고 으아악 하고 소리지르고 공포탄을 갈겼다...
공포탄 갈기니까 불이 딱 꺼지는 것처럼 선탑한자리에서 사라지더라...그리곤 나도 소리에 놀라서 깜짝놀라서 정신을 차리고 후임새끼는 거의 실신지경이었는데, 뺨존나갈기니까 눈동자 초점이 돌아오더라.... 그리곤 지통실에서 당직사령이 존나뛰어왔더라, 공포탄소리듣고...
그때 사령이, 대대에서 짬밥 되는 인사관이었는데 성격이 존나 지랄같아서 뭐라할줄알고 좆됐다 이러고 있었는데 내얼굴이랑 후임새끼 얼굴 번갈아가면서 보더니 한숨쉬면서 근무철수 준비하고 지통실로 오라고 담담하게 하더라.
그래서 일단 철수하고 환복하고 갔는데 사령이 오자마자 눈동자부터 열어보는거야, 그러더니 난그때 넘어갔는데 후임새끼는 밝은데서 보니까 동공에 지진난것처럼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고있었음.
사령이 나보고 책임지고 이새끼 잘재우고 내일 오전과업때까지 계속재우라는거다.
그래서 알겠다고하고 경례하고 나오고, 생활반까지 들어가는데 괜찮냐고 계속물어봤는데, 자기는 괜찮단다.
그리고는 생활반들어가서 나는 1층침대라 누웠는데, 2층으로 올라가야할 후임새끼가 안올라가고 사다리 정면보고 가만히 서있는거야. 가뜩이나 소등불도 파란색이라 존나 분위기 음침한데 이상행동하니까 "야 너왜그래" 이말이 나오자마자 내쪽을보고 갑자기 90도 인사를 하는거다.
그래서 난 순간 벙쪄서 침대에서 앉아서 지켜보고있었는데 '야 왜그래' 이러고 한번더 물어보는데 계속 90도인사를 하는거야 점점빠르게, 조금 지나니까 그 완수신호했던 새끼하고 비슷한 속도로 인사하는데 순간 공포가 몰려와서 '야 씨발 뭐야 이러고 존나 소리지니까
후임새끼들이 벌떡깨서 불키고 바로 제압해서 바닥에 눕혔다.
그리곤 애새끼 눈이 맛이 아예 간거같아서 1층 내침대에 케이블타이로 손발 묶어두고 다음날까지 재움.
그리곤 오후에 주임원사가 와서 이새끼 홀렸다고 좀 재우면 괜찮아질꺼라고 하더라.
나중에 듣고보니 그 주포장에서 봤던게 삼포 귀신이란다.
옛날에 길등재라고 존나 험악한 코스가 있는데 그쪽가다가 포가 뒤집어져서 거기서 승무원 여섯명 다 죽고, 구난해서 포 씻어다가 다시쓰는데 안개낀날이면 포반장귀신이 나와서 기절한 놈이 한둘이 아니라 카더라.
진짜 존나무서워서 그날부터 귀신은 실존하는거라고 믿었다.
귀신잡는 해병대는 무슨 씨발 지금 생각하면 보자마자 바지에 오줌안지린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